지 갈 길이 있다

홍시


외할머니집에서 잘 익은 홍시를 먹었다. 뭔 얘기를 하다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외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지 갈 길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위로가 됐다. 난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벗어난 지 오래됐다. 나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두렵고 고생스러운 일이다. 남들이 가면 나는 꼭 반대로 했다. 고집인지 아니면 똑똑해서인지 알 수 없다. 죽을 때가 돼봐야 살아온 인생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토끼는 토끼의 길이 있고 거북이는 거북이의 길이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거북이처럼 살라는 것이다. 교훈적인 얘기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거북이처럼 열심히 성실히 부지런하게 살다가 과로사해서 죽을 수도 있다.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작년 10월 김동길 박사님이 돌아가셨다. 외할머니 덕분에 김동길 박사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김동길 박사님 집에 초대를 받았고 나도 따라가게 된 것이다. 설이 가까울 때였는데 찾아뵙고 세배를 드렸다. 나의 눈을 바라보며 덕담을 해주셨는데 알 수 없는 신비함을 느꼈다.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관상을 내가 좀 보는데, 넌 시간이 좀 걸리지 뭘 해도 된다. 입시하고 상관없이 뭘 해도 잘할 거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미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입시가 대표적인 예다. 그때의 말씀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래 뭐라도 될 것이다. 나답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될 것이다. 내가 갈 길이 있을 것이다. 외할머니의 말, 김동길 박사님의 말을 기억하며 내일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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