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영화를 봤다. '서브스턴스(Substance)'는 본래 1) 물질, 2) 실체, 3) 본질 혹은 핵심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영화 속에서 이 단어는 겉으로는 ‘물질’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어떤 물질을 몸에 주입한 후 세포 분열을 통해 또 다른 존재인 ‘수’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단순한 물질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고, 오히려 ‘실체’라는 두 번째 의미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REMEMBER YOU ARE ONE." 서브스턴스 사용 설명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 말은 자아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수'와 갈등한다. 이는 곧 자아의 분열이다. 그녀는 심리적으로 자아를 통합하고 개성화(individuation)에 이를 수 있는 나이대임에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내면의 분열된 자아, 즉 '억눌렀던 욕망과 그림자'를 직면하고 통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장은 내 안의 낯선 것들과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수’를 제거하고 외면하려 했다. 그 결과는 자아의 폭주이자 자기 파괴로 이어졌다. 젊음은 영원할 수 없고, 사회적 인정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삼켜진다. 주인공이 외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또 다른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났다면 자기 파멸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열에서 통합에 이르는 과정이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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