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의 변화(2022년 12월 5일, 새벽 4시)

 

아이스크림 단짝과 함께

불면의 밤이 있다. 열심히 일하고 초저녁에 잠깐 눈을 감은 날이면 더욱 그렇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난 습관적으로 무슨 글을 쓸지 고민한다.

최근의 나는 코딩 공부와 투자자산운용사 공부로 하루가 바쁘다. 내가 코딩과 금융을 공부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제는 처음 마주한 세무 법규들을 공부했는데,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머리가 아팠다. 국세, 소득세, 지방세, 이자소득세,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종합과세, 분리과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소득세... 이 모든 '세(稅)'로 끝나는 단어들이 머릿속을 무자비하게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 문득, 난생처음 만든 HTML 웹페이지가 떠오른다. 태그, 속성, 문법 같은 낯선 컴퓨터 언어들과 씨름하는 중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보기에 난 지금 갓난아기 같을 것이다. 코딩 옹알이와 금융 옹알이를 동시에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비틀거리며, 때로는 넘어지며 새로운 세계를 배워가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처럼, 기존의 뇌를 새롭게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은 내 가치관을 흔든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혹사하고 난 다음 날처럼, 머리도 마음도 쑤시고 아프다.

현재 경제 위기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내 인생의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됐다. 현실에 적응한다는 건,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다는 의미일 테다. 이제야 깨닫는다. 부모님이 나를 키워온 과정이 얼마나 고단했을지를. 돈을 번다는 건 어쩌면 목숨을 거는 일이다. 희생과 고통을 대가로 얻는 것이 돈이며, 때로는 다른 이들의 피와 땀 위에 부를 쌓을 수밖에 없다는 걸. 나도 이제 그 현실의 일부가 되기 위해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현실을 알아갈수록 순수한 감정과는 멀어지는 기분이다. 얼마 전 오랜 사회복지사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금융을 공부한다고 하자 놀라더라.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였던 네가?" 그래, 난 확실히 변했다. 직관과 감정에서 현실과 감각으로, 순수한 감정에서 차가운 생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기능을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수리 한가운데서 띵 하는 소리가 난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두피가 떨린다. 요즘은 예쁜 단어도, 우아한 문장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말조차 자연스레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단짝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하던 때가 그립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묻히고 마냥 웃고 싶다. 복잡한 생각도, 무거운 책임도 없던 그때로 잠시 돌아가고 싶다. 단짝이 보고 싶다. 때론 이런 그리움이, 현실의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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